생물다양성과 우리동네 물고기 이야기(3)
- 빠가사리와 잡고기는 없다
파주는 지리적으로 하천이 많다. 여타 지역도 마찬가지로 작은 골짜기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하천이 있지만, 유독 파주는 한강과 만나는 임진강으로 흐르는 굵직한 하천들이 혈관처럼 얼켜 있다. 대표적인 공릉천, 문산천을 필두로 늘노천,두포천,동문천,갈곡천,만우천 등등의 하천을 형성하다보니 곳곳에 어업을 생업으로 조업 하는 어부들이 있다.
이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로 매운탕 가게를 운영 하는 곳도 많다. 대표적으로 적성면 두지리는 매운탕 상가가 운집해 있는 파주를 대표하는 매운탕타운 이다. 그 외 문산읍 반구정과 임진나루주변 공릉천 영천 배수관문 근처가 그러하다. 강변을 지나가다보면 드문드문 눈에 띄는 매운탕가게들이 적지 않다. 매운탕가게에 들어서면 실내에 이런 메뉴가 보인다. 메기매운탕 쏘가리매운탕 빠가사리매운탕 잡고기매운탕 등 맛있는 매운탕들이 어종별로 안내 되어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빠가사리와 잡고기 이다. 원래 빠가사리와 잡고기라는 것은 없다. 그냥 부르기 편리해서 나온 이름 이다. 빠가사리는 동자개라는 정식 어명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조업하는 어부들은 황빠가, 밀빠가, 그렁치(대농갱이) 등등의 방언을 쓴다.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서로 알고 의사소통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동자개탕 하면 식감은 좀 떨어져도.. 그럼, 왜 동자개와 대농갱이를 빠가사리라고 했을까? 이 두 어종의 생김새는 매우 비숫하다. 이 어종들은 그물이나 낚시에 걸려 위험을 직감 했을 때 잡으면 가슴지느러미 극조와 아가미 뒤의 관절을 마찰시켜 “빠가 빠가” 또는 “꾸기 꾸기”하는 소리를 낸다. 하여 예로부터 황갈색(동자개)은 황빠가 회갈색(밀자개)은 밀빠가 등 전체적으로 유사한 어종을 빠가사리 라고 칭한다. 한때 이물고기들은 벌에 쏘이는 것처럼 쏘인다고 해서 쏘가리라고 했다. 그래서 만지기를 무서워 했던 추억이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물고기의 구조를 보면 다른 물고기에 비해 가슴지느러미 극조 안쪽으로 큰 커치(날카로운 톱니)가 바깥쪽으로는 작은 거치가 있어 잘못 만지거나 스치면 피가 날 정도로 따끔 하게 베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쏘였다고 쏘가리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동자개와 매우 비숫한 동자개과의 물고기에는 눈동자개, 꼬치동자개(멸종위기야생동식물1급, 천연기념물) 밀자개, 대농갱이, 종어(멸종·금강에서 복원 중) 등이 있다. 동자개는 비늘이 없고 부드러워 식용어로 인기가 많다.
어로어업과 양식으로 생산되며 중국에서 수입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황상어” 서유구의 전어지에서는 “자가사리”라고 하면서 맛이 달고 술을 깨게 하는 약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파주에서는 임진강은 물론이고 강으로 유입되는 하천 중하류에 서식 한다. 물의 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모래와 진흙이 깔린 곳과 운정호수공원 같은 호수, 땜 에도 서식 한다. 보통 길이는 15~20cm 정도이고 대농갱이는 30cm 정도 자란다. 그럼, 이제 잡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한다. 왜? 엄연히 물고기각자 이름이 있는데 통칭 잡고기로 취급 하는 걸까? 이것도 역시 부르기 편리 함 때문 아닐까 싶다. 이거 저거 잡은 것 들을 함께 끓여 다고해서 아니면, 뭔 고기인줄 모르기 때문 이라는데,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메기,쏘가리,동자개 빼고 막 넣어 주는 물고기를 우린 잡고기라고 한다.
국물 맛을 우려내는 참게, 민물새우도 빼고 나면 어떤 어종들이 잡고기 대열에 들어가는 걸까!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모래무지가 제일 많고 누치, 피라미, 돌고기, 망둑어, 살치, 참마자, 등등. 은빛 비늘이 선명한 토종민물고기들이다. 알고 나면 이름 부르기 쉬운 물고기들 이다. 그래서 각자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한다. 심지어 어느 지역에서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구별 할 줄 몰라 모래무지와 같이 잡고기로 취급했다는 뉴스를 본적도 있다. 이처럼 고유 어종이름을 불러 준다면 어종 보호도 하고 물고기의 올바른 종류도 알 수 있는 지식을 터득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굳이 먹을 때 잡고기로 알고 먹은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 일까? 생각 하고 먹는 사람은 없지만, 오늘도 우리 파주하천은 다양한 물고기들이 존재함으로써 하천 생태계는 더욱 건강함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