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끌
  • 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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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끌

     “영끌”이란 단어는 나에게 생소한 말이다. sns에서 찾아보니 "영혼까지 끌어 모은 다는 뜻”의 줄임말로서 요즘젊은이들은 이렇게 끌어다 부동산을 산다든지 아니면 주식을 산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산다는 것보다 투자한다는 것에 비중이 높은 것 같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의식주의 해결이야 말로 최대의 방편이면서 수단이며 기본이 된다. 이를 구태여 영끌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의식주 해결은 영혼과 직결이 되는 용어다. 그러고 보니 영끌이라는 말이 좋아 보인다. 삶도, 사랑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영끌로 이루어지면 영원하리라 본다. 그런데 빚이라도 얻어서 집을 장만하는데 영(靈)을 끌어다 쓰고 나면 무한대로 생산되는 것 같은 영(靈)은 쉬운 실체가 아니라 생각된다. 진정한 의미의 집은 투기의 수단이 되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사람은 집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1930년대의 집이란? 이용악 시인의 시 “낡은 집”에서 집의 해답을 구하면 좋을 것 같다. 집이 있어도 살 수 없기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겪어야 되는 아픔의 역사를 끄집어 내보자. 나라 잃은 민족의 서러움으로 폐가가 된 집을 모티브로 하여 유랑민처럼 떠돌던 비극적인 삶을 노래하였다. 집은 바로 나라가 되겠다. 영끌모아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 세세만년 먹고 사는 데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이 진정한 집의 의미가 아닐까.
     집이란, 한 때는 온 가족이 한 집에 모여 생활하는 공동체의 생활공간 이였다. 그때는 참으로 행복한 시대였다. 오늘은 어떠한가. 영끌로 장만한 수십억짜리 저택에서 몇 식구가 살고 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에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지 오래
         외양간에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 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아들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가에 실어 보냈다는
         그 날 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
         갖주지 이야기와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고양이 울고 울어 종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 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 살 되던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다니는 겨울
         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디론지 사라지고 이튼 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국만 눈 위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케령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서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탐스럽게 열던 살구 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뒤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천상병 시인은 지구에서의 삶을 ‘소풍’이라 했다. “귀천”에서 삶에 대한 달관과 명상 및 죽음에 대한 체관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룸으로서 진실미가 돋보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 말하리라

     이렇게 삶을 달관한 천상병의 “우리 집 뜰”은 지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무릉도원으로 노래하였다.

         우리 집 뜰에는 
         향나무 네 그루, 라일락,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장미, 
         명사십리, 무궁화, 솔나무, 매화나무 등등 
         5월의 왕 계절을 자랑하고 있소!
         서울시에서 백오십리 미터 떨어진 자리. 
         의정부시지만 서울특별시나 진배없소!
         마을버스가 있어서 버스정류장까지 5분 걸려 가면 버스 종점이니
         얼마나 좋은 자리랍니까?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1-11-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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