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이재용을 걱정해?
얼마 전 친구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인간적인 좋고 싫음을 떠나서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다름을 알기에 되도록 서로의 속을 건드리는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그런 관계입니다. 그러다보니 뭐 그리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사이이지만 그래도 관계가 50년이 넘다보니 편한 친구 이기는 합니다.
그 친구와 저는 동갑이지만 그 친구의 생각은 매우 ‘보수적’입니다.
젊어서 진보 아닌 사람 없고 늙어서 계속 진보인 바보 없다고 대개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보수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살면 살수록 어려운 것이라, 보다 신중한 태도를 배워가기 때문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그 친구와의 이야기 도중에 작고한 이건희와 아들 이재용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문재앙’이거나 ‘문죄인’이라고 표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리라는 것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짐작하실 것입니다.
그 친구 말의 요지는 ‘삼성이라는 회사는 국가경제에 너무 중요하고’ ‘이건희라는 사람은 삼성의 오늘이 있기 까지 많은 공은 세운 훌륭한 사람이다.’ ‘만약 이재용이 너무 많은 상속세를 내게 되면 삼성의 경영권이 외국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고로 앞으로 있을 10조 원의 상속세를 감면해 줘야한다.’ ‘그래야 삼성 같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상속세가 몇%인데 우리나라는 50%라는 둥의.......
저는 늘 그렇듯이 “응 그래. 네 생각이 그러면 할 수 없지 뭐.” 라는 정도로 그 친구의 열변을 끊었습니다만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씁쓸하고 우울했습니다.
삼성이 미국의 회사였으면 오늘의 삼성과 ‘이재용’이 있었을까요?
터무니없는 이야기 일 것이고, 이건희와 이재용은 나란히 감옥에 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앤론’이라는 거대 에너지 회사의 경영진은 고작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무려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것을 이건희씨가 저지른 죄에 대입해보면 아마 500년의 형은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기업을 했기에 이건희씨는 단 하루도 감옥에 가지 않았고, IOC위원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습니다. 비록 IOC로부터 올림픽헌장을 저버리고 올림픽 운동의 정신을 더럽혔다고 징계를 먹기는 했지만요. 이건희씨는 세금포탈, 배임, 주식시장 불법행위 이런 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기는커녕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라고 건방진 충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죄를 갚기 위해서 1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도 ‘꿩구어 먹은’지 오래입니다.
이재용의 상속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일가가 받을 상속재산이 1,000조 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주장 할 만큼 막대합니다.
언론이 전하는 바로는 약 10조 원정도의 상속세를 이재용이 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어떤 사람들은 이 10조 원도 과하니 깎아 줘야한다 라고 말합니다.
이재용은 또 어떻습니까? 이재용이 현재 죄를 다투고 있는 것은 뇌물죄 외에도 자본시장법, 업무상 배임, 외부 감사법위반 등 하나같이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 흔드는 치명적인 범죄들입니다. 역시 미국에서 이런 범죄로 유죄가 된다면 100년을 족히 살아야 할 범죄입니다.
월 300만 원 벌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1,000조가 될지도 모를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한테 10조 원이 많으니 깎아줘야 한다고요?
그 재산 1,000조 원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결과적으로 전 국민들에게 손해를 입혔는데도 ‘삼성’이니까 봐줘야 한다고요?
아무리 ‘있는 놈’들이 특혜를 누리고 사는 세상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 삼성이 던지는 떡밥에 목구멍이 걸려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언론’과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의 더러운 모습을 ‘장충기 문자’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각성이 없다면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밖에요. 속으로 친구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니가 왜 이재용을 걱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