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자신들 혹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정치적 지향을 위해서 민의를 왜곡하고 거짓을 말하며 교묘하게 독자들을 속이는 행위를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언론의 이런 행위는 실로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시키지만 구체적 피해들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로 대개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겨울의 독감백신 보도와 작금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문명시대 이후의 언론사(言論史)에 길이 남을 패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전염병의 위협에 시달렸다. 그로 인해서 막대한 인명이 피해를입었으나 그 반면에 전염병에 대한 대처 능력과 예방 등의 지식을 쌓아오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적어도 오늘날의 발전된 의료기술이나 지식은 전염병이나 기타 질병 등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산이나 마찬가지이다.
백신(vaccine)도 그런 소산이고 현대 과학의 범주에서 최선의 예방 방법으로 합의된 것이어서 더 이상의 대안과 실증적 효능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그것을 당연히 따라야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겨울의 독감백신과 관련해서 언론들의 보도를 보자.
‘독감백신을 맞고 00명이 죽었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수 십년 간에 걸쳐서 맞아왔던 독감백신이 지난겨울에만 갑자기 독극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율이 10%가량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보도는 매우 악의적이고 독자들을 속이는 보도의 전형이다. ‘백신을 맞은 후에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백신을 맞은 후에 설거지했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단순히 선 · 후 관계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의 하루 사망자는 600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백신을 맞고(선) 사망한(후)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백신 때문에’ 죽은 사람은 밝혀진 바가 없다. 이보다는 ‘식사(선)를 하고 사망(후)’한 사람의 수가 훨씬 많으니 ‘식사를 하지 말아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런 류의 보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해서는 안 될 보도인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전 세계적으로 독감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한두 명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그 한두 명이 불행하게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보도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환자와 사망자 감소로 전 국민이 누릴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국민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개인위생에 철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언론의 이런 보도로 인해서 백신을 맞지 않은 10%의 접종 거부자들 중에 사망자는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이야말로 언론 보도가 사람을 죽이는 구체적 결과인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또 어떤가?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외국에서는 백신을 맞는데 우리는 언제 맞나?’로 시작된 보도가 ‘백신 후진국’을 거쳐서 ‘백신 못 구해서 국민 다 죽인다.’로 이어졌다. 백신을 맞기 시작하자 예의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병X 같이 화이자 백신을 못 구하고 싸구려인 AZ(아스트라 제네카)백신만 가져온다’는 등 온갖 종류의 허접한 보도는 말할 가치조차 못 느끼게 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보다는 AZ백신이나 노바백스백신 같은 종류의 백신들이 ‘코로나사태’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화이자백신같은 mRNA를 이용한 백신은 생산부터 유통, 접종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제약이 있고,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실정에도 맞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들은 ‘싸구려 백신’이라는 터무니없는 말로 독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을 태연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론인가? 범죄자들인가?
일찍이 사마천은 천망회회 소이불실 (天網恢恢 疎而不失)을 말한 바가 있다. 지금은 이런 류의 언론들이 혹세무민하며 독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지만 역사의 그물은 그들의 공과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여 ‘범죄자’로 단죄할 것이다.
‘을사오적’이 우리 역사가 지속되는 한 기억되고 단죄될 것처럼 오늘날의 이 ‘백신보도’ 역시 언론이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 몬’ 참혹한 보도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