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선창에 학생들의 화답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린 파주고 한울제! 파주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12월 27일 막이 올랐다.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치어리딩 팀의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1학년 학급 공연이 펼쳐졌다. 친구들의 춤사위에 “예쁘다”라고 외치는 아이들과 흥에 겨워 객석에서 열심히 따라 추는 친구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빨간색 리본 머리띠를 하고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선생님을 향해 “엄 박사”를 연신 외치는 아이들, “우리 새끼들 제일 잘났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반 아이들 사진 찍기에 열심인 선생님 등 학생과 교사가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1학년 학급별 테마 패션쇼에는 학생 한명 한명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 중 리사이클링 패션쇼는 버려지는 옷감을 학교에 가지고 와서 재봉틀로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준비한 학생들의 수고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2학년 학급 공연에서는 부모님들도 알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귀여운 인형 옷을 입은 학생들이 동방신기의 풍선노래에 맞춰 춤출 때 간혹 추억에 젖은 듯 소심하게 따라 부르는 부모님들도 볼 수 있었다. 무대에서 춤추는 언니를 바라보며 “우리 언니예요!” 큰 소리로 응원하는 어린 동생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기꺼이 어색한 싸이가 되어주신 여선생님도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밴드 공연도 있었다. 특히, 오늘을 위한 일회성 밴드라는 ‘이야시 밴드’의 공연은 모두를 울컥하게 했다. “수고했어. 얘들아!”로 시작한 그들의 노래 ‘지오디의 촛불 하나’,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 줄게”. “우리 한 울타리가 되어주자”라는 교장 선생님의 바람처럼 한울제의 의미와 친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노래였다.
마지막 공연인 파주고 댄스 동아리 A.R.P(Are You Ready for the Party?)의 케이팝 댄스는 압도적인 춤 실력과 끼를 뽐내는 자리였다. 입시를 마친 고3 선배들도 동아리 후배들의 지원사격에 앞장서 막바지 축제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학생 수가 늘어나는 학교
비결은 교사와 학생의 소통, 세심한 관심, 끈끈한 연대
한울제가 끝나고 축제를 준비한 학생회와 이를 지켜본 교사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큰 행사를 학생들 스스로 주도해서 만들었다는 점, 연말을 학생들이 모두 즐기면서 장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었습니다.”(학생자치회 회장 염우진)
“이번 축제는 학생자치회가 주도해서 준비했어요. 학급 공연은 반의 회장과 부회장들이 반 아이들과 얘기해 가면서 만들었고요.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교사들한테 의논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학생부장 고영전)
나아가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선생님하고 학생들하고 융합이 굉장히 잘 되는 모습을 봤어요. 아이에게 물어보니, 여기 친구들은 선생님하고 대화가 잘 된대요. 선생님들이 아이들 이야기를 잘 경청해준다고 하더라고요. 틀에 박힌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고,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잘 이끌어주는 듯해요. 올해 대입 성적도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역사가 깊은 학교인데 시설이 너무 낙후돼 있어서 그 점은 개선되면 좋겠어요.”(학부모 배미령)
파주고는 교육부 지정 에이아이 선도학교로 정보화 교육과 인공지능 교육을 특색 사업으로 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시에 접근할 수 있고, 1학년 학생들에게는 같이 시를 읽어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또 매일 세 줄 쓰기를 통해 그날의 기록을 적는 것으로 인성교육도 하고 있다.
‘한울제’를 보고 나니 학령인구의 감소로 입학생이 줄고 있는 지금, 오히려 학생 수가 늘어난 이 학교의 비결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사와 학생 간에 마음을 열고 하는 소통, 작은 학교의 장점인 세심한 관심과 화목한 분위기, 선후배들 간의 끈끈한 연대의식이다.
“공부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면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되면 좋겠어요. 저도 1년 동안 아이들하고 생활하면서 만든 기록을 쭉 봤더니 똑같은 사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행복한 학교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건전한 성인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1학년 담임교사 엄진석)
학교와 선생님들의 바람처럼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때 이런 행복한 추억들이 자양분이 되어 모두가 주인공인 삶을 개척해 나가길 희망한다. 더불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헤쳐나온 친구들도 늘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파주시, 학생 주도 고등학교 축제 지원해
한편, 고등학교 축제에 뜻밖에도 김경일 파주시장이 방문했다. 이유는 이랬다.
“고등학교 축제가 돈이 없어 학예회 수준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렇게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모든 것을 기획하고 해보면서 좀 더 축제다운 축제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의 개회사다. 올해 파주고등학교는 파주시의 지원으로 예년보다 규모가 큰 축제를 벌일 수 있었다. 올해 파주시는 학생이 주도하는 축제에 대해 2천만 원을 지원했다. 파주시에 신청한 관내 13개 고등학교가 지원을 받았다.
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