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운정3지구에서 군집을 이룬 백제 가마 유적이 발굴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는 경기 지역에서 최초였다. 백제 가마 유적은 장명산에서 뻗어내린 산등성이를 따라 경사가 진 지면(파주시 다율동 산27-1번지)에 위치한다.
경기도문화재연구원이 진행한 발굴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토기 가마가 9기나 발굴되었다. 가장 큰 가마는 길이가 무려 17미터에 이르는 대형 가마다. 구조는 땅속으로 들어간 지하식과 반지하식으로 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토기 가마와 폐기장이 세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토기 성형에 이용한 물레 구멍과 점토 덩어리가 나왔다. 즉 토기 작업장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 주변에서 회백색 점토가 있는 구덩이가 여럿 나왔다. 토기의 재료인 태토를 보관하는 태토보관소가 확인된 것이다.
정리하면, 토기 가마 9기와 함께 토기 제작 작업장 2기, 태토보관소 3기, 폐기장 2기가 확인되었다. 즉 다율동 가마군 유적은 태토 보관소, 작업장, 가마, 폐기장을 모두 갖춘 토기 제작의 전 공정이 이루어진 토기 생산 단지였다. 이는 백제 초기의 토기 생산 방식과 제작 기술, 가마 구조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유산이다.
발굴조사 이후 가마는 땅속에 원형 그대로 묻혀 있고, 지금은 터를 구분해 놓은 잔디밭만 볼 수 있다. LH 파주사업단은 운정3지구 도시 개발을 하며 이곳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백제 가마터 안내판을 비롯해 복원 시설, 체험 시설도 만들었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복원 시설과 체험 시설이 있어 문제다. 우선, LH는 역사공원을 조성하면서 백제 가마터에 뜬금없이 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모형을 버젓이 세워 놓았다. 그 자리에는 백제타날문토기가 있어야 마땅하다.
체험 시설의 가마 모형도 문제다. 토기를 굽기 위해서는 경사가 있는 곳에 가마를 만든다. 그래야 연소실의 열이 소성실로 올라가서 토기를 구울 수 있다. 실제로 다율동의 백제 가마 역시 경사가 14~24도 정도다. 그런데 LH는 평지에 정체불명의 가마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복원 시설도 문제가 있다. 이곳에서 발굴된 가마는 땅속으로 들어간 지하식 또는 반지하식 구조다. 그런데 복원 시설은 단순한 평지에 토기 몇 점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다. 도대체 복원 시설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이미 2022년 초에 이 문제를 LH 파주사업단에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 6월에야 중앙 언론에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비로소 LH 파주사업단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이장영 LH 파주사업단 감독차장은 서상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잘못된 부분을) 당연히 수정할 계획이고, 비록 늦었지만 시민과 전문가와 협의해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LH 파주사업단이 그렇게 시설 보완을 약속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오는 3월 14일 역사공원 시설 보완을 위한 실무회의를 열기로 했다. LH 파주사업본부, 파주시청 문화예술과와 공원과, 경기문화재연구원, 시민단체가 함께 모인다. 이번에는 부디 LH 파주사업본부의 책임성 있는 대책과 실효성 있는 시설 보완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