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금촌역에는 파주의 다른 역에는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국가, 인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인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이다. 퇴근길에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이곳은 19개국 언어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다문화 특화 도서관이다. 파주시에서 느티나무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공립 작은도서관이기도 하다.
전철역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을지, 다문화 특화 도서관은 어떤 차별성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 호기심을 안고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 김은영・박지나 사서를 인터뷰하러 갔다. 금촌역 1층 에스컬레이터 옆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명의 사서가 반겨준다.
|
박지나 사서(좌)와 김은영 사서(우) |
주월미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이 전철역 안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역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점이 있을까요?
김은영 도서관이 역 안에 있다 보니, 오고 가다 보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중에는 도서관을 접해 보지 못한 분들도 있고요. 저희가 “카드(대출증)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신용카드를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웃음) 어르신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되나요? 잠깐 쉬어 가도 되요?”라고 물어볼 때도 있고요. 이렇게 오시는 분들 덕분에 도서관의 회원 가입율도 높은 편이에요. 우리 도서관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수기 신청도 받고 있어요. 이주민들을 위한 4개국 언어(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번역된 회원가입서도 있어요. 우리 도서관이 도서관을 이용해보지 못한 분들에게 파주시 도서관을 이용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월미 그런 특징이 있군요. 그런데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도서관이 역 안에 있어서 안 좋은 점이 있을까요?
박지나 금촌역 관계자로 오해를 받을 때가 있어요. 역에 문제가 있으면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밖에 물이 새요”라던가 “금촌역으로 가라고 해서 왔어요”라며 역무원 쯤으로 여기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가끔 교통카드를 주시며 충전해 달라는 분들도 있고요.
주월미 다양한 분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이용자분이 있을까요?
김은영 언젠가부터 날마다 지팡이를 짚고 오셔서 책을 읽고 가는 1938년생 어르신이 있어요. 한두 시간씩 가끔은 네다섯 시간씩 책을 읽고 제자리에 다시 넣어두고 가세요. 그렇게 오신지 반 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도서관에 오셔서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 몰라.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분에게 이 도서관은 “오늘 살아있기에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 말고도 그런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리고 외국인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주월미 그 질문도 하고 싶었어요. 다문화 특화 도서관답게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나요?
김은영 외국인 이용자분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꼭 찾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네팔 분들이 그러세요. 가족과 함께 올 때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올 때도 있으세요. 한두 권씩 빌려 가시는데, 젊은 남자분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는 건 네팔 분들이 유일한 것 같아요. 만 4년 넘게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네팔이라는 국가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어요. 네팔이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지 궁금증도 생기더라고요.
주월미 지나 사서님은 기억에 남는 이용자분이 계신가요?
박지나 저는 한 분을 꼽지는 못하겠어요. 따뜻한 분들이 많거든요. 도서관을 딱딱한 사무적인 공간이 아니라 일상 공간으로 소중하게 여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간식도 챙겨주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한 분 한 분이 다 기억에 남아요.
김은영 제가 ‘사서 배 터진 날’이라 적은 날도 있어요. (웃음)
| 전시컬렉션 |
|
|
주월미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이 다문화 특화 도서관인데요, 다양한 나라의 책들을 어떤 기준으로 갖추어 놓나요?
김은영 다문화 장서위원이 열한 분 계세요. 8개국 분들이 모였는데요. 이분들과 함께 회의해서 구매해요. 위원분들이 자국의 좋은 책을 찾아 소개해 주세요. 장서위원들이 선정한 8개국 언어 외의 책들은 문화원 등의 추천을 받아 구매하기도 하고요. 좋은 책을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쉬움은 있어요. 그러나 한 권 한 권 허투루 고른 책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점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기도 해요. 저는 장서위원들이 그 나라의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한국을 위해서도 너무 귀한 일을 하고 계시고요.
주월미 장서위원은 어떻게 선정되나요?
김은영 파주시 가족센터에서 교육받은 다문화 강사님들이 대부분이에요. 한국인인데 그 나라에 오래 거주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신 분도 있어요. 원래 이런 분들이 처음부터 책을 골라주고 계셨고, 2020년부터는 제가 함께 이 분들과 회의를 통해서 책을 구매하고 있어요. 다문화 원서들은 제가 구매하거든요. 수시로 위원분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웃음)
주월미 도서관에서 이주민 분들이 소개하는 ‘레인보우 컬렉션’이 인상적이에요. 어떤 분들이 어떤 기준으로 소개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영 좋은 원서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2022년부터 시작했는데요, 원어민인 장서위원들이 자기 나라의 책을 이중 언어로 온라인에 소개하는 코너에요. 매달 한 권씩 책을 선정하고 이중 언어로 소개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감사한 일이죠. 4월에는 김래아 선생님께서 필리핀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원서를 소개해 주셨어요. 필리핀의 축제 문화를 보여주는 어린이 책인 『Filipino celebrations』와 필리핀의 자장가 노래를 다룬 그림책 『Pagtulog na, Nene』 등이 있어요. 자세한 소개는 노션 (https://same-string-59b.notion.site/fb17e804f23b4ee1bf56c5c18b0d17e2?pvs=4)에서 볼 수 있어요.
주월미 도서관의 규모도 작고 예산도 한정적이라 많은 책을 구비해 두기엔 한계가 있잖아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으신가요?
김은영 책을 엄선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주월미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동아리가 있을까요?
김은영 ‘책이랑 놀이랑’이라는 동아리가 있어요. 이주민 여성분들이 책을 가지고 문화 다양성을 공유하는 동아리에요. 주제를 정해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세계의 그림책을 소개하기도 해요. 『백만번 산 고양이』를 읽고, 우리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살았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하기도 했고,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을 읽고, 나에게 두려운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어요. 독서 토론 동아리에요.
주월미 도서관 행사로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들을 종종 보는데요,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의 지향이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김은영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란주 작가에게 듣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연>도 있었고, 지난 3월엔 난민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가 들려주는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야기한다면 재작년부터 해오고 있는 <금촌역 시 콘서트 : 이웃과 커피, 따뜻한 겨울이었다.>에요.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이주민, 다문화 강사와 그들의 한국인 가족, 친구, 자녀가 함께 모국의 시를 모국어로 들려주는 시 콘서트에요. 외국의 시와 한국의 시를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요. 재작년에는 기타 연주와 함께, 작년에는 비올라와 피아노 연주와 함께 했어요. 주제를 정한 것도 아닌데, 작년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시들을 낭송해 주셨어요. 짧은 글로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올 겨울에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
일본 이주민 니카미 유리에와 친구 이정은의 시 낭송 |
|
시낭송 콘서트 장면 |
주월미 혹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박지나 저는 다문화 담당은 아니지만 일반 도서를 구매할 때도 우리 도서관의 특색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다른 문화의 책들도 한두 권씩은 구매하려고 해요. 인종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에서 서로 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책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주월미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김은영 『꿈 꿀 권리』라는 책이에요.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꿈 꿀 권리가 있고, 그 꿈 꿀 권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질문을 듣는 순간 이 책이 바로 생각나네요. 제가 새로 오시는 분들께 항상 읽어보라고 하는 책이거든요.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 서비스>
01. 배달의 도서관 서비스_시장편 : 인근 시장상인들께 책을 직접 배달
02. 배달의 도서관 서비스_다문화편 : 외국원서를 학교 등 단체에 대출, 원어민강사의 강연 함께 진행
03. 비오면 도서관 : 책 대출 시 우산을 빌려드립니다.
04.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 sns
1) 가람도서관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garam_lib
2) 금촌살롱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c.salon/
:솔빛도서관과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의 공동 인스타그램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은 19개국 언어의 도서를 소장한 다문화특화도서관입니다.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에서 관심 있는 국가의 원서를 살펴보고, 대출하고 싶으시다면?
파주시 도서관 도서 검색 창에서 "rainbow + 영어국가명"을 검색하세요
|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
주소 : 파주시 새꽃로 193, 금촌역사 내 1층
운영시간 : 평일 10시~19시, 주말 9시~18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전화 : 031-941-2958
글: 주월미 시민기자, 사진 제공: 주월미,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