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백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저는 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 후보를 열심히 지지하며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한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렇지만 현 대통령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저는 낙담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비록 믿음이 가지는 않았으나 그가 주장했던 ‘공정’ ‘상식’ 등의 가치는 실현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王자를 써가지고 나왔을 때부터 그가 했던 모든 말들에 대한 신뢰를 거의 거두었지만, 소시민인지라 일말의 기대까지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까지의 과정은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과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의 과정도 속 터지는데, 앞으로는 아예 전 국민을 심장병 환자로 만들려는 게 아닐까 싶은 걱정에서 제 생각을 몇 마디 옮기려는 것입니다.
과거 인물을 등용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중 언(言)은 말을 함에 있어서 이치에 맞고 자신을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솜씨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과거 페이스북에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 리본으로 나라를 뒤덮었다”라든가 등등의 입에 담기조차 추한 말들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 수준이 한마디로 드러나는 것이고, 국민들의 평균적인 인식과도 한참 거리가 있는 사람임에 분명 합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공적이 뛰어나다고 해도 공직에 임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엊그제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비록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가 했던 과거의 행적들은 ‘증거’라는 이름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들은 공공의 이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그가 남겼던 여러 ‘어록’들을 보면 상식적인 판단을 내팽겨친 극단적이고 지극히 정파적인 인물이라는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신임 노동부장관 후보자도 지명을 했습니다.
새로이 지명된 노동부장관 후보는 또 어떻습니까? 명색 노동부 장관이 될 사람인데, 국가의 노동 정책과 고용 정책을 총괄할 사람인데, 노동자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사람이라는. 이게 정녕 실화입니까?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노동자)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 ‘노조가 없고, 평균 임금이 낮으며, 현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감동받았다”는 노동부 장관이 세상에 어디있습니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경총 회장이거나 재벌 회장 정도라면 그나마 이해는 될 것입니다. 하물며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정책을 세우고 현장에서 지도를 해야 할 장관이 할 소리는 단연코 아닌 것입니다.
“나는 노조 출신이고 아내도 노조 출신이고 형님과 동생도 노조 출신”이라며 출신을 강조하는 장관이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그로테스크한 그림도 보게 될 것입니다.
언(言)이 이럴진데 판(判)은 더 뭘 기대 하겠습니까.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보편타당하고 상식적인 기준을 잘 아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장관이나 장관급에 해당하는 영예로운 자리에 임명하는 것은 국민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국민들의 얼굴에 침을 뱉으시렵니까?
대통령님.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김순현 객원칼럼리스트/ paju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