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철조망 어떻게 볼 것인가? 2
임진강변의 철조망을 제거해서 임진강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저의 지난 파주신문 칼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어서 ‘임진강을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분명한 의사를 표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었습니다. 우선 임진강의 철조망을 전부 다 제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으나 안보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곳까지 한꺼번에 모두 철거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그렇다면 철거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곳은 어디인가? 임진강의 통일대교를 기점으로 상류에 위치한 철조망은 제거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통일대교 기점 하류에는 우리 군인들이 임진강 건너에도 철조망을 치고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강 양쪽으로 이중의 경계를 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일대교 기점 상류 구간으로는 강 남쪽에만 철조망이 있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강 건너에는 군부대가 산재해 있고, 민간인 마을이 두 곳이나 조성이 되어 있어서 북쪽에서의 경계는 필요치 않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듭니다. 그만큼 현재 있는 철조망의 중요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용도 또한 남한 쪽의 민간인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나마 강 남쪽의 철조망도 적성면을 지나면 없습니다. 사실상 시민들이 강을 즐기고, 주변 지역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역에만 철조망이 위치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이 지역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임진강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철조망을 걷어내는 것과는 별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화석정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화석정(花石亭)은 말 그대로 꽃과 돌의 정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화석정에서 꽃과 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바로 앞으로는 도로가 나 있어서 이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의 소음으로 인해서 잠시도 머물기가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파주가 낳은 대학자 율곡 이이의 혼이 서려 있고, 정자 내에 귀중한 현판들이 있어 일부러 찾아서 봤다는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변의 환경을 새롭게 조성하고 터널을 설치하여 소음을 없에고, 그 위로 꽃과 돌이 무성한 본래 화석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등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율곡습지와 수목원, 자운서원 등과의 연계도 원할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이런 자원들이 임진강 주변으로 지천으로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철조망을 걷어내고, 한편으로는 문화유산과 관광자원들을 가꾸고 해서 사람들이 찾고, 먹고, 마시며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철조망을 설치하던 50년 전과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전쟁의 개념과 전술 운용 등의 방법도 5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언제까지 케케묵은 과거의 개념을 들이대며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것입니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속의 족쇄를 풀어야 합니다.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무엇이 시민들과 지역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로는 결코 발전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철조망이 쳐지기 전 화석정으로 소풍을 가서 언덕 아래의 임진강변에서 손을 씻었습니다. 철조망이 쳐지고는 강을 다가갈 수 없는 답답함과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50년 세월을 그리 살았습니다. 이제 바뀔 때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