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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경기북부 취재 본부장 김순현 |
사악한 ‘모지리’와 그 추종자들, 방심할 때가 아니다.
요즘 일부 매체나 SNS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보자면 내가 TV에서 보던 자유당 시대를 사는 건지, 아니면 ‘김정은 체제’에서 사는 것인지 당최 종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무지하고 무책임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싸질러놓았던 시대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들에 빠져들어서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표현하며 심지어 “헌법재판소에 포를 쏴버리고 싶다”라는 섬뜩한 글까지 있을 정도이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의 우두머리인 ‘모지리 대통령’이 거짓과 망상의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그를 지지하는 자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따위의 금언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기 수양과 헌신이 없는 자가, 어쩌다가 손바닥에 쓴 王자의 효험 덕분이었는지 지엄한 자리에 올라버렸으니 “5살 짜리에게 칼을 쥐어준 꼴”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가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한다며, 무정부 상태의 국가 위기상황이라고 한다니 ‘모지리’도 이런 ‘모지리’가 없습니다. 그런 정도로 국가가 무정부 상태의 위기라고 한다면 독재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수십 번 망했을 것입니다.
그가 아는 것이 그것 뿐인지는 몰라도 늘 입에 달고사는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 대한 이해도 심각합니다. 본래 의미에서 '자유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시민권과 권력 분립, 정치적 다양성, 법치를 보장하는 정치체제입니다. 그러나 ‘모지리’와 그 추종자들이 이해하는 ‘자유 민주주의’는 ‘반공’, ‘반북’, ‘친미 친일’, 그리고 ‘반중’의 동의어로 쓰고 있으니 그 거리가 태평양 만큼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탄핵심판을 벌이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이들의 공격은 무지를 넘어 사악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문제를 삼고있는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대표와 절친이다.’라거나 ‘좌빨 판사’ 등등의 공격은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짚었습니다.
문 재판관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기각해 윤석열 정부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또 민주당 주도로 국회가 의결한 이정섭 검사 탄핵 소추 사건에서도 진보 진영의 기대를 져버렸습니다. 게다가 ‘절친’이라는 이재명 대표에게도 타격을 주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재명 도지사 당시의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지 않자 2021년 4월 종합감사를 위한 자치사무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방자치 권한 침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2022년 8월 헌재 결정 때 문 재판관이 결과적으로 조 시장 주장을 지지하면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과거사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모지리’ 추종자 무리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임에도 이런 사실은 모른 체 하고 “탄핵을 인용하면 절대 가만히 못 있는다” “윤석열을 파면하는 판사(재판관)들은 그날로 죽음”이라고 외치고 있으니 그 사악함과 교활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이는 평을 하고 말 가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 재판관들이 일생에 거쳐 쌓아 올린 성취와 직업적 선의에 대한 모독입니다.
누군가는 “헌법이 구타당하고 있다”라고 작금의 상황을 평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 쌓아온 규범과 가치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만 합니다.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의 암울한 시대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 따위를 외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법은 누구를 막론하고 지키려고 하는 의지와 실제로 지켜져야 비로소 법으로서의 권위를 가집니다. “헌재를 포로 쏘고 싶다”는 따위는 과감히 배척하고 그런 주장이나 생각이 자리잡을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됩니다.
방심할 때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