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痛卽不通]
不:아닐 불 通:통할 통 則:곧 즉 痛:아플 통
‘민원(民怨)’이라는 한자는 단순한 건의 사항이 아니라, ‘백성의 불만과 원망’을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 성인(聖人) 추대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이해하지 못하고 냄비, 주전자에 뚫어놓은 작은 구멍을 한 낱 장식품으로 여기는 고집 불통 위정자의 말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변방 김경일 파주시장의 작은 소통 몸부림이 차기 선거 성적표에 어떻게 반영될지 자못 궁금하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은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 허준 동의보감 한의학에서 혈액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성종 때 일이다. 임금이 갑자기 승지와 사관(史官), 육조와 삼사(三司)에 붓 40자루와 먹 20개씩을 각각 내렸다. "이것으로 내 잘못을 써서 올려라. 신하가 감히 살펴 바른길로 이끄는 자를 직신(直臣)이라 하고, 아양을 떨며 잘한다고 하는 자는 유신(諛臣) 즉 아첨하는 신하라 한다. 너희는 나의 직신이 되어다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이 일을 두고 이렇게 적었다. "임금이 바른말 구하는 정성이 이와 같으니, 받은 자가 침묵하려 해도 마음이 편안치 않을 것이고, 아첨하는 말을 하려다가도 마음이 부끄러울 것이다.”
불통의 스타일은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수록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말에 자기가 조금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위기가 오면 판을 뒤엎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기 때문이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은 한의학에서 늘 하는 말이다. 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 병이 들었다는 것은 기(氣)가 막혀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기가 원활하게 흐르면 아픈 데가 없다. 흐름이 막히면 제때 뚫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옆으로 터지거나 넘쳐흐른다. 우리 몸의 기혈은 모든 경락을 따라 순행한다. 막힘이 없이 전신의 경락이 통해 있으면 건강하고, 아픈 곳이 없다.
이렇게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조직들은 서로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통해야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직후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도입했다. 대통령이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은 국민과의 거리감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추진되었으며,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도 “취지가 좋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194일 만에 돌연 중단되었다. 명확한 사유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소통 창구가 닫히면서 국정 운영에 대한 불통 논란이 커졌다.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고, 국정 운영 방식에서도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소통이 단절된 리더십은 현실과의 괴리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생략될 경우,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국정 운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쓴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국민과의 대화를 지속했다면, 현재의 극단적인 정치적 위기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단순한 지시나 결정이 아니라, 국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통 없는 리더십은 필연적으로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국정 운영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의 ‘이동 시장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높은 민원 해소율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20~‘21년 대비 ’23~‘24년 32.3% 감소하고, 민원 해소 및 보완 이행률이 96%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적극적인 소통 정책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과거 성남시장 시절 사례도 흥미롭다. 그는 공무원의 승진 평가 기준으로 ‘민원 해결 건수’가 아닌 ‘민원 발굴 건수’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시민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했고, 결과적으로 민원 건수가 대폭 감소했다. 공무원들이 민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시민들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해소한 것이다.
‘민원(民怨)’이라는 한자는 단순한 건의 사항이 아니라, ‘백성의 불만과 원망’을 의미한다.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이며, 이를 외면하는 지도자는 필연적으로 신뢰를 잃게 된다. 로마 가톨릭 교회 성인(聖人) 추대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이해하지 못하고 냄비, 주전자에 뚫어놓은 작은 구멍을 한 낱 장식품으로 여기는 고집 불통 위정자의 말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초기에 내세웠던 소통의 원칙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불통 논란과 정치적 위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나 김경일 파주시장의 사례는 소통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쌓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결국, 소통의 방식이 지도자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향후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