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은 러다이트의 망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 AI 시대,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계약
  • 기본소득은 러다이트의 망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AI 시대,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계약


    19세기 초, 산업혁명이 무르익던 영국의 공장 지대에서 수공업 노동자들이 망치를 들었다. 자동 방직기와 자수기는 그들에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상징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향해 절망적으로 저항했다. ‘러다이트 운동(Luddite)’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종종 기술 혐오의 극단으로 묘사되지만, 본질은 달랐다. 기술이 인간을 배제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키우는 현실에 대한 공동체의 절규, 그것이 러다이트의 본모습이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기술혁명의 기로에 서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단순한 자동화의 영역을 넘어 창작, 판단, 분석이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흡수해가고 있다. 효율과 생산성의 이름으로 기술은 쉼 없이 확장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은 점점 더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노동의 의미는 약화되고, 고용은 유동화되며, 삶의 안정은 새로운 불안 속에 놓여 있다. 기술은 전진하지만, 인간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안해온 기본소득은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출현한 하나의 정치적 응답이다. 그는 기술이 만들어낸 추가 가치와 불로소득을 공공이 공유해야 한다는 명확한 철학을 기반으로, 누구나 조건 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를 구상해 왔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디지털세 등 미래 경제의 새로운 과세 기반을 활용하겠다는 그의 설계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선 ‘분배의 재구조화’에 가깝다. 생산수단이 특정 자본에 집중된 시대, 분배 정의를 다시 묻는 담대한 시도이기도 하다.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 구상은 더욱 절실하다. 전통적 복지 시스템과 고용보험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플랫폼 경제와 프리랜서 구조 속에서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본소득은 직업, 계층,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사회적 최소선을 보장함으로써, 새로운 안정망의 틀을 제시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일 뿐 아니라,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기도 하다.

    물론 논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정은 충분한가, 현금지급이 노동윤리를 해치지는 않는가, 기본소득이 사회 전체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가—이러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이에 대한 응답으로 최근 기본소득을 고정된 틀이 아닌 ‘기본사회’ 개념 속에 유연하게 통합하고 있다. 아동수당, 청년적금, 노인연금 등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통해, 그는 기본소득의 철학은 유지하되 방식은 현실에 맞게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다이트의 망치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외친 분노와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이는 그것을 제도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정치가 있었는가, 아니었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망치 대신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밀어내지 않도록, 오히려 기술로부터 모두가 혜택을 나누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의 몫이라면, 기본소득은 여전히 그 시작점에 설 수 있다.

    다가오는 6·3 대통령선거는 단지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투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로 갈 것인가, 기술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가를 놓고 내리는 집단적 선택이다. 누군가는 성장과 혁신을 말하고, 누군가는 분배와 안전을 말하며, 또 누군가는 제도와 신뢰를 제시한다. 각기 다른 해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재편될 것인가.

    기술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도를 따라잡는 사회적 상상력과 제도적 조율은 결코 기술보다 늦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가 그런 상상력과 결단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망치로 저항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제도로, 상식으로, 공존의 틀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글쓴날 : [25-05-25 18:41]
    • 내종석 기자[paju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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