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정에 스민 노래와 장단… ‘화석정 예술 in 피는꽃’, 마을이 함께 빚은 송년의 무대
‘율곡3리 송년 음악회’ 열려… 어르신·주민·예술인이 함께 증명한 생활문화 공동체의 힘
연말을 맞은 지난 12월 27일, 파주 화석정 인근 마을은 노래와 장단, 웃음과 박수로 따뜻하게 물들었다. 마을이 기획하고 주민이 주체가 된 생활문화 공연이 잇따라 열리며, ‘보는 문화’를 넘어 ‘함께 만드는 문화’의 진면목을 또렷이 보여줬다.
화석정 동그라미가 주최하고 파주시 마을공동체가 주관한 ‘화석정 예술 in 피는꽃’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연에는 미소드림 뮤직공감(단장 정미정)과 문산사회복지관 행복장구(단장 곽유라) 등 지역 예술인과 예술 동아리가 참여해, 생활공간을 무대로 한 진정성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관객과 눈을 맞추며 노래를 건넸다. 화려한 연출이나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삶의 결이 담긴 목소리와 이야기가 중심이 된 무대였다. 노래 한 곡, 인사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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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3리 송년 음악회에서 어르신 풍물패가 장단으로 무대를 이끌고 있다. |
이날 무대는 ‘율곡3리 송년 음악회’를 겸해 진행되며, 어르신 풍물패가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장구와 북, 꽹과리 장단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금세 흥으로 가득 찼다.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 몸에 밴 장단으로 무대를 이끌었고, 주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공연에 화답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이날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와 역할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연주자와 관객, 출연자와 주민이 나뉘지 않고 하나의 마을로 어우러졌으며,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과 주민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송년의 정을 나눴다.
행사를 지켜본 한 주민은 “큰 공연장이 아니어도, 대형 가수가 아니어도 지역에서 함께 호흡하는 예술인의 공연이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화석정과 율곡3리라는 일상의 공간을 무대로 삼아 문화가 삶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말의 하루를 채운 이 작은 무대는,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생활문화의 가능성과 지속성을 분명하게 증명한 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