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몸 기대어
작은 마당 한 켠 더듬는다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
붉은 등 달아 까치 가족 불러올린 한낮
콕콕 콕콕콕 콕콕 콕콕콕
달콤한 속살
영혼까지 내어준 지독한 사랑
그 무게 버거워 흔들거려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양
휘어진 등을 내민다
가지 끝 꽃등 하나 달고 싶은 날
육 남매 먹여 기르시고
하늘 가신 울 엄마
마당 안이 환하다
- 「가지 끝 꽃등 하나 달고 싶은 날」 전문
4부 가족 愛 편에 있는 이 시는 영혼까지 내어주며 육 남매 먹여 기르신 ‘엄마’를 향한 황정희 시인의 사모곡이다. 햇빛과 바람과 비를 모두 품어 세상을 밝혀 주시고 이제는 하늘로 가셨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리운 엄마이기에 가지 끝에 꽃등으로 달고 마냥 보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시인은 시집 『가지 끝 꽃등 하나 달고 싶은 날』이 “일흔에 펼치는 첫 번째 이야기”라면서, 서툰 글이 두고두고 부끄러울 것 같지만 시가 찾아온 날을 숨결로 모았다고 했다. 75편의 시는 1부 생명 愛, 2부 접경 편, 3부 자연 愛, 4부 가족 愛, 5부 참회와 성찰 편 그리고 23년의 발자취를 사진으로 담았다.
공광규 시인은 작품해설에서 “황정희 시집은 생태적 상상력의 보물창고”라면서, “시인은 풀과 나무 등 식물과 동물을 인사에 비유하고 이런 시적 대상들이 표현하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황정희 시집은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동식물백과사전 같다.”라고 했다. 숲해설가·유아숲지도사·산림치유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황정희 시인은 2022년 문예지 『한국작가』로 등단했고, 경기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회원, 한국작가 파주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저 『나로부터 땡땡 미터』, 『여기, 행복을 저장했습니다』에도 작품이 실려 있다.
칠순을 기념해 시집을 내면서 책 판매한 금액을 어려운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황정희 시인의 마음이 詩처럼 따뜻하다.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